앤티앤스_오리지날_마포중앙도서관점
별점 : ★
나는 옛날부터 앤티앤스를 좋아했다. 이 매장은 백화점 같은 곳에 가면 한 두군데 있다. 취직하고 나서는 목동 근처 외근 나갈 일 생기면 목동 현대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 있는 앤티앤스를 가서 하나 정도 꼭 먹긴 했다. 최근에는 은평성모병원 개원하고 어느날 가보니 신기하게도 병원 안에 앤티앤스 매장이 생겨서 여기 들를 일이 있으면 꼭 하나씩 먹는다.
앤티앤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아몬드 프레즐이다. 결정적으로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인데 확실히 아몬드 맛만 머릿속을 맴돌아서이다. 물론 언니언, 시나몬 슈가, 갈릭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한 동안 지난번에 뭐 먹었는지도 모르고 아무거나 시키곤 했었다. (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언니언이랑 갈릭 맛을 오랫동안 헷갈렸었다)
아몬드맛은 얼핏들으면 왠지 고소한 아몬드가 빵에 박혀 있어서 뻑뻑하거나 할아버지 맛일 것 같은 선입견이 있을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게 오히려 굉장히 달콤하다. 여기서 파는 것 중에 대놓고 달달한 시나몬 슈가에는 대적할 수 없지만 약간 꿀같은 달콤함이 있다. 무엇보다 얘는 달달하면서 겉이 바삭해서 겉에 박혀 있는 아몬드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가 않다. 나는 그래서 요즘에 집 근처 500미터 밖에 있는 마포중앙도사관점에서 사서 하나는 바로 튀겼으니까 맛을 본 후에 꾹 참고 집까지 들고와서 아메리카노 타서 같이 먹는다. 그래야 더 꿀맛이다.
앤티앤스에서 나는 꼭 클래식 프레즐을 시킨다. 처음에 지식이 없는 사람은 헷갈릴 수 있는데 여기서는 ‘클래식 프레즐’과 ‘스틱 프레즐’ 두 가지를 판다. 난 이게 뭔 차이가 있나 했는데 결과적으로 별 차이 없다. 스틱 프레즐이 먹기 더 편하다는 정도? 그리고 이 업체 전술인지 스틱 프레즐은 바로 사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서 디스플레이 해놓는다. 대신 가격은 700원 더 비싸서 3,700 원 이다. 나 같은 사람은 스틱 프레즐을 먹을 에유가 하등 없기 때문에 당연히 더 싼 클래식 프레즐을 먹는다. 다만 단점은 얘는 보통 미리 안 만들어 놓아서 꼭 주문하면 “시간 좀 걸려서 기다리셔야 되는데 괜찮으세요?” 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게 스틱 프레즐을 팔아 먹으려는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아니면 장사가 미친듯이 잘되서)그러거나 말거나 나에게는 더 좋다. 왜냐하면 바로 만든 따끈 바삭 프레즐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동안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알바생이 ‘바로 나온 감튀 먹는법’이라면서 맥날알바님에게 ‘소금 빼고 주세요’를 시전하라고 했는데 이러면 알바도 귀찮고 소금 뺀 맛대가리 없는 밑밑한 감튀를 먹게 되어 결국 장단의 절충으로 제자리 걸음한 샘이 되고 만다. 그러나 앤티앤스에서는 그딴 역버프 없이 클래식 프레즐 시키면 바로 갓구운? 튀긴! 클래식 프레즐이 나오기 때문에 손해 없다. (물론 나의 잃어버린 15분? 은 어쩔 수 없다.웹툰이나 주식 앱 보면서 기다리자) 가격도 싸니 2승(맛, 가격) 1패(시간) 로 우위를 넘한 샘이다.
가끔 나는 레몬 에이드를 사먹기도 하는데 이게 또 희안하게 꿀 조합이다. 앤티앤스 가본 사람들은 다을 알거다. 어렸을 때 부터 이 무슨 뷔페나 가면 있을 법한 투명한 오렌지 주스 같은 통에 시원하게 레몬에이드가 가득 담겨 있어서 거기서 꺼내준다. 요즘에 보니까 ‘무탄산’이라는 문구를 강조해서 프로모션 하고 있은데 요게 또 엄마들이 애들 사줄 때 Peace of mind를 주기 때문에 제대로 허를 찌른 공략이라고 본다. 애들이 그냥 이 빵쪼가리 뜯고 있으면 목이 메일 수 밖에 없다. 근데 그렇다고 거기다가 애들이 커피를 마시기도 뭐하고 콜라를 먹자니 맥도날드도 아닌 게 인스턴트 이미지가 강해지며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 같다. 그런데 레몬에이드? 왠지 레몬은 비타민 C가 들어 있으니까 건강할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미친 결국 레몬 시럽 넣은 거라서 설탕 덩어리 넣은 건데 이게 정말 미칠 노릇인 것이다. 근데 나 같아도 무탄산에 레몬에이드가 콜라, 사이다 보다 나은 것 같아서 이거 마실 거다. 무려 3천원이나 하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 가격이 후덜덜해서 난 자주 사먹지 않는다. 700원 아낀다고 3천원 짜리 클랙식 프레즐 먹으면서 3천원 짜리 레몬에이드를 마신다? 6천원을 퍼붓기에는 잠깐의 휴식에 죄책감이 느껴진다. 이 돈이면 밥 한끼 값이고 이거 보태면 만 원 이상 내가 먹고 싶은 점심이나 저녁으로 선택할 폭이 넓어진다. 그래도 정 마신다면 마신다. 왜냐면 이 레몬에이드와 프레즐이 꿀 조합이니까. 희안하게 잘 어울린다. 나는 다른 곳에서는 패스트푸드랑 레몬에이드를 먹어 본 적이 없다.
근데 내가 여기서 좀 처럼 먹은 적이 없는 메뉴가 있다. 그것은 클래식 프레즐이다. 미친 가격도 같은데 내가 아무것도 처리 안되어 있는 클래식 프레즐이 먹다니. 그럴 수는 없다. 더군다나 만들어진 모습을 본 적 있는데 겉면이 매끈한 것이 역시나 아무 맛이 없는 빵 덩어리에 불과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클래식 프레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살 때 내 절친과 뉴욕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길거리에서 카트에다가 핫도그랑 프레즐 팔고 있어서 친구랑 먹은 적이 있다. 근데 그 때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안좋은 의미로. 무슨 소금 덩어리였다. 빵이 뻑뻑하고 그 위에 소금은 왜이렇게 많이 붙어 있는지. 이런걸 왜 먹나 했다. 더군다나 그때 물가도 별로 안비싸서 다른 음식들 특히 적어도 서브웨이랑 비교해도 길거리에서 파는 프레즐이 비쌌었다. 내가 왜 이 돈주고 이걸 먹었나 싶었다. (갑자기 이 기억을 떠올리니 내 친구 그립네 잘 사구 있나)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앤티앤스에서 이 ‘오리지날 프레즐’을 시켜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가 오늘 ‘오리지날 프레즐’을 먹고야 말았다. 그것도 실수로. 여느때처럼 주문하고 15분 핸드폰 보며 기다리고 있다가 점원의 “오리지날 프레즐 나왔습니다.” 라는 말이 아무생각 없이 카운터로 받으러 갔다.
점원은 나에게 여기서 먹고 가시나요 포장이신가요를 물었는데 나는 “예?” 라면서 갑자기 뇌정지가 왔다. 매장에 마침 사람도 별로 없어서 이걸 주문 한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것이 자명한데 눈 앞에 보이는 건 아몬드 프레즐이 아니라 오리지날 프레즐이었다. 점원은 다시 짤라 드릴까요? 그냥 드릴까요를 묻는데 나는 입으로는 “잘라주세요.”라고 말하며 속으로는 ‘이거 내거가 맞는데 왜 내가 이걸 시켰지?’ 를 혼란스럽게 생각했다. 다시 복기해보니 내가 주문할 때 정신팔려서 스틱을 안시킨다는 걸 ‘클래식’을 달라고 해야하는데 ‘오리지날’을 달라고 했던 것이다. 스틱이 아니냐고 물어봤었는데 아니라고 하니 당연히 점원은 ‘클래식 오리지날’을 만들었던 것이다. 프레즐을 가위로 자르며 포장하는 직원 앞에서 나는 내 스스로가 어이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점원이 쳐다보아서 “아 죄송해요. 제가 아까 아몬드를 주무한다는 걸 헷갈려서 오리지날을 주문해 놓고 지금 이게 왜 나왔나 당황했어요.” 가게 점원분은 “아 정말요? 아이고 어떻게해요.” 라고 하셨다. “아녀요. 제 잘못인데요 뭐. 이 참에 이 것도 먹어보죠.” 라고 말하면서 아몬드를 지금이라도 하나 더 시킬까 고민했다. 하지만 15분 더 기다릴 수도 없고, 비용도 상당하니 포기했다.
그리고 매장을 나오자 마자 하나를 먹었다. 근데 이 맛은 뉴욕에서의 내 트라우마를 단번에 없애주는 치유의 맛이었다. 적절히 부드럽고 쫄깃한 빵에 약간의 달콤한 기운과 함께 소금이 군데군데 섞여서 단백한 단짠의 조화를 제대로 이루고 있었다.
‘전화위복’ 이었다.
집이 와서 커피랑 뚝딱 먹어치우며 일을 했다.
물론 여전히 아몬드에 대한 아쉬움을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배타적 이해상황을 통해 나는 진정 아몬드 맛을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한 부분이기도 했다.
앤티앤스가 요즘에 20주년을 맞이했다고 프로모션을 하면서 매장도 늘리고 있은 것 같다. 집 주변인 마포중앙도사관점이 처음 생겼을 때 나는 우연히 길 가다가 보게 되어서 들어가서 하나 사먹으면서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엄청 걱정을 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 가게가 모처럼 집 근처에 생겼는데 이러다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심지어 사장님은 도대체 왜 여기다가 이걸 차린거야 하면서 홀로 서 있는 사장님을 안타깝게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ㅋㅋ 인상도 좋으시고 친절하심) 근데 다행히 여기가 어린이들이 많이 왔다갔다해서 인지 낮에 가보면 엄마들이 앉아서 애들 하나씩 사주고 자기들도 먹으면서 수다떨고 있다. 어쩔때는 괴장히 손님이 많고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알바생을 3명 정도 쓰는 것 같다. 인건비가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이 정도 사람 쓰시는 거 보면 장사가 확실히 잘 되는가 보다. 덕분에 나도 안심했다. (뭐가 안심인지 이쯤되면 좀 헷갈리네)
오늘은 이렇게 앤티앤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무튼 나의 최애 간식 앤티앤스 계속 번창하길.
아디오스.
2021.3.18
일하다가 당떨어져서 전화로 오리지날 아몬드 프레즐을 픽업 주문했다. 30분 걸린다고 해서, 30분이나요? 라고 했지만 그냥 주문해 놓고 다시 일에 집중하다가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나서 불이나케 뛰어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5분 더 기다려 달라고 하시는 것이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직원분이 갑자기 레모네이드를 들고 왔다. 본인이 실수로 주문을 까먹었다며 미안하다고 주셨다.
정말 여기 사장님은 이 직원을 제대로 뽑았고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사람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 직원의 장점은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용기가 있고 그것을 대처할 생각이 있으며 챌린지한 상황에서 고객을 컴플레인 대처를 넘어 충성심으로 바꿔 놓은 능력자다. 그냥 한 마디로 일처리 제대로 했다.
나는 기분도 좋았고 바로 튀긴걸 먹을 수도 있어서 정말 좋았다. 앤티앤스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