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 ?
요약 : 가성비가 좋고 사이드로 나온 오징어 순대가 맛있었으나 나는 여전히 돼지국밥이 왜 맛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산 사는 친구의 돼지국밥 로드를 듣고 그 컨셉은 이해하게 되었다.
가격 : 돼지국밥 7,000 원
위치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로68번길 33 송정3대국밥
의심 + 의문을 안고 다시 한번 부산 돼지국밥 집을 찾았다. 예전부터 돼지국밥을 띄엄띄엄 3번 이상은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무슨 맛으로 이 돼비계 덩어리를 물에 탄 맛을 먹는지 모르겠어서 이번만큼은 좀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실패를 각오하고 찾았다. 별점을 못 매기겠는 이유는 내가 여전히 도대체 무슨 맛으로 돼지국밥을 먹는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결론은 위에 요약에도 적었지만 맛있는 녀석들에도 나왔다고 광고하고 있는 집이고 간판에도 적혀 있듯이 3대 송정돼지국밥 맛집이라 하고(부산이 아니라 송정으로 국한시킨 것은 의문이다. 더군다나 송정이 아니라 서면에 있다) 네이버 방문자 리뷰 1,800여개, 블로그 리뷰 1,400여개, 평전 4.33 점 집이다. 7천원이라는 요즘 물가로 따지면 싼 가격에 고기와 내장 등을 꽤나 풍성하게 넣어주어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이드로 주는 오징어 순대 또한 별미여서 술먹고 다음날 아침에 간다면 추천할 만한 집이다. 그러나 나는 마치 평양냉면의 맛이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냐라고 오랫동안 느껴왔던 것처럼 돼지국밥 또한 여전히 무슨 맛으로 먹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으며 타 유명한 돼지국밥집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장광설을 늘어놓기에는 부족한 소양이기에 함부로 맛을 경중을 평가하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여전히 나는 돼지국밥을 왜 먹는지 모르겠다라는 것이 결론이다. 같이 간 제이님도 나와 입맛이 전혀 다른데도 백프로 동의했다. 밑에서
밑에서 부터는 내 잡설이니
세계적 물류대란이 내가 취급하는 품목에까지 미쳐서 부산에 출장을 3일 동안 가게되었고 일이 천만다행으로 잘 마무리되어 겨우 아침이 되어서야 식사를 제대로 하게 된 때였다. (이 날을 떠올려 보면 전날 8시에 일어나서부터 온갖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아침 7시 정도에 잘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밥 먹고 공항에서 10:40? 비행기 탈때까지 일했으니 거의 26시간은 깨어있던 기억다. 정말 미생 찍었다. 미생은 안봤지만)
일을 마치고 아침 7시즘 되었을 때 함께 갔던 제이님과 호텔에 가서 한숨 자고 서울로 올라갈지 아니면 바로 공항으로 가서 돌아갈지 고민하다가 자버리면 한도 없이 자게 될 수 있으니 그냥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자고 결정하였다. 일단 우리는 심신이 너무 지쳐있어서 서면에 자리잡은 부산 비지니스호텔(부산만 가면 항상 묵는 곳. 가격이 싸고 위치도 좋은데 깨끗하다)로 돌아가서 짐도 챙기고 각자 씻고 로비에서 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방을 각자 예약해 놓고 잠도 못자고 씻기만 하고 나오게 된 것이다. 아깝다. 나는 샤워를 하며 배가 고파옴을 느꼈다. 그냥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고픔을 느끼게 되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 금요일부터 살살 배가 아프더니 계속 설사를 하였었다. 거의 5일 동안 장염으로 큰 고생을 했다. 업무가 극도로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이 주 월요일 부터는 스트레스가 더욱 극심해졌고 온갖 과업에 속이 계속 안좋아 하루 바나나 두개와 포카리스웨트로만 연명해야 했다. 어떻게 버텼는지 신기하다. 화요일 아침에는 본죽에 가서 소고기 야채죽 1/5 정도를 먹었는데 그것이 화요일을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된 것 같다. 결국 일이 다 잘 마무리 되었을 때는 스트레스도 크게 해소 되었고 배도 많이 호전됨을 '느꼈다'. 왜냐하면 배가 고파왔기 때문이다. 배가 너무 아프면 배가 고픈 것도 싫어진다. 왜냐하면 계속 뭘 먹어도 설사를 해서 힘드니까. 그러나 이 때는 위장운동이 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기분이 들어 이제 좀 괜찮아 졌구나 싶은 신호로 느끼게 된 것이다. 마치 2:1로 지고 있던 축구경기에서 1골을 만회하여 2:2가 되자 침체되었던 팀원 전체의 사기가 갑작스럽게 올라가는 신비한 현상과도 같았다. 아침부터 문을 연 가게는 많지 않았고 제이님이 부산에 거의 5~6년 만에 와본다는 말이 떠올라서 정말 진부하지만 돼지국밥 집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네이버로 검색해 보니 꽤 유명한 집이 몇 군데 나타났는데 대부분 11시에 오픈하거나 혹은 우리가 있는 서면에서 거리가 멀고 동선이 안좋아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서면에 방문자 리뷰 1,800여개,블로그 리뷰 1,400여개의 평점 4.33점의 돼지국밥집이 있었다. 거기가 이날 방문했던 '송정 3대국밥'이다.
사실 평점 4.33은 좀 낮은 편이다. 사실 나는 별점 4.5 이상은 되어야 좀 괜찮은가 보다 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조금 생각이 바뀌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거의 조작급으로 별점을 이 잡듯이 신경쓰면서 사기치는 장사꾼놈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어쩌면 4점 대 정도이기만 하면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근에 한 미용실 프렌차이즈를 방문했는데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거의 대부분의 지점 평점이 리뷰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4.9점이상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거의 공산당급, 운동장 선거급 평점아닌가 싶다. 나만해도 머리하고 나서 100프로 만족이 안되는데 어떻게 그런 점수가 나왔는지 의문이다. (나 같은 사람에 별점을 안매겨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입구는 이렇게 되어있다. 주변이 모텔과 술집천국이다. 난잡한 골목 사이에 있다. 주변에 간판과 차가 있어서 사진을 이렇게 밖에 찍을 수 없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송정 3대 국밥인데 왜 서면에 있는지 의문이다. 혹시 분점이 아닐까 했는데 네이버에 치면 여기가 제일 먼저 뜨고 여기 밖에 안나온다.
음식전 내부 전경을 이렇다. 아침 8:30 즈음에 방문하여 한가했다. 국밥집 치고 깨끗했다. 맛있는 녀석들에 나왔다고 붙여놨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4명이서 15개의 국밥을 어떻게 먹을지 의문이었다. 물리지 않나. 그렇지만 사람은 각자의 양이 있으니까 내가 이해 안된다고 말이 안된다고 치부하진 말자.
우리는 고기, 내장 섞은 국밥을 시켰다. 고기, 내장, 순대 이렇게 3 종류에서 내가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기만'으로도 주문이 가능한 그런 유연성이 있다. 가격은 똑같이 7천원이다. 나는 사진에 있는 부추를 국밥에 넣어 먹었다. 그러니까 스까 먹었다.
돼지국밥의 모습이다. 고기는 충분히 들어있다. 먹고 나니 배부를 정도였다. 참고로 아까 말했듯이 나는 지난 5일간 장염으로 고생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위가 쪼그라든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양을 먹을 수가 없기에 배부르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부산역 근처에서 먹었던 돼지국밥은 거의 멀건(약간 투명할 정도의) 물에 비계가 잔뜩 끼어 있는 돼지고기가 있었다. 그냥 맹물에 돼지비계 탄 뜨거운 물이 아닌가 싶었는데 여긴 그렇지 않았다. 꽤 튼실한 살코기와 내장들이 들어 있었다. 다만 역시나 국물을 한 숟갈 먹었을 때 별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맹물이었다. 하지만 음식점 내부에도 돼지국밥 간이 되어 있지 않으니 참고하라고 써붙여 놨으니 내 글을 오해하지 말자. 사실 이렇게 간이 안되어 있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까는 멀겋다고 뭐라고 하다니 이번에는 칭찬하냐며 욕할 수도 있다. 정말 이중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정말이다. 어떤 음식점에서 국밥을 시키면 간이 미리되어 나오는데 가끔 나한테 너무 나트륨 덩어리로 느껴져서 싫어지고 안 먹게 된다.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간을 안해서 내주면 내가 간을 내 입맛에 맞게 할 수 있으니 좋은 면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내가 기대했던 돼지국밥의 맛이 아니다. 함께 먹던 제이님도 나랑 비슷한 생각이라며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대화를 이어갔다. 심지어 우리 둘다 엄청 배가 고픈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이 없으면 정말 맛없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어디까지나 돼지국밥 초보일 수 있는 우리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쯤되면 그냥 나처럼 돼지국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원래 돼지국밥 맛은 이런 밍밍한 맛인데 그걸 모르고 다른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이론이다.
사이드로 나오는 오징어 순대이다. 이게 별미였다. 꽤 큼직하고 한 사람당 3개씩 한 접시가 나온다. 북한식 순대인가 본데 간도 적절하고 맛있었다. 이거까지 다 먹으면 정말 배부르다. 이 덕분에 7천원에 이 정도면 제값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기가막힌 우연으로 부산에서 외제차 영업을 하고 있는 내 초중고 절치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부산에 일하러 갔을 때 인력도 구해주고 새벽까지 직접 일을 도와주어 너무 고마웠는데 추석이라고 연락이 왔다. (먼저 연락을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원래 그런 명절 연락을 잘 안하는 타입이라 금방 잊었다)
나는 친구에게 안그래도 지금 카페에서 부산 돼지국밥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돼지국밥 하면 또 자기가 국밥대장이라면서 부산 오면 부산 풀코스로 모신다며 이야기를 풀었다. 부산 풀코스로 모신다는 얘기는 군대나 사회에서 부산 사람이 다른 지역 사람을 만나면 '언제 부산 한번 오면 풀코스로 모신다'고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인터넷 상에서 밈이 된 격이다. 막상 손님이 부산에 오면 돼지국밥 한번 먹이고 오히려 '어디 갈래?' 라고 되물어 풀코스로 안내될 줄 알고 온 손님이 당황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결국 그 손님은 그 후에 해운대 같은 곳을 잠깐 구경하고 회 한접시나 맥주 한 잔 정도 마시고 다음에 부산 친구로부터 또 연락하자로 마무리 되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아무튼 내 친구는 그런 부산식 유머를 알려주고 돼지국밥 집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나는 내 친구에게 여전히 돼지국밥 맛을 모르겠다고 이야기 했다. 역시나 그는 "어데 돼지국밥집 가셨습니까?" (내 친구는 부산에서 일할 뿐 서울 사람이다) 물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며 항상 내가 부산 사람에게 돼지국밥 먹었는데 맛을 잘 모르겠다고 하면 맛있는 돼지국밥집을 가지 않아서 모르는 거라면서 돼지국밥 부심이 시작된다고 하자 진짜 맛집을 아마 안 간 것일 거라며 재차 어디 갔냐고 물었다. 나는 서면에 있는 송정 3대 국밥집을 갔다고 하자 이 친구도 도대체 왜 서면에 있는데 이름 송정 3대 국밥집이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지은 것도 아닌데 왠지 대답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래서 아침에 문 연곳도 없고 가까운 곳이 없어 그곳으로 향했다고 변명했다. 그러자 이제 내 친구는 자신의 국밥로드 3곳을 얘기해줬다.
(1) 용호동에 있는 합천 돼지국밥 : 백반기행에도 나와서 허영만 김희선이 방문한 곳이 여기라고 한다. 내 친구 말로는 국밥은 평범한데 성게알? 을 넣은 깍두기가 기가막히다고 한다. 너무 맛있어서 계속 달라고 하면 사장님 표정이 안좋아 진다고 한다.
(2) 수영 돼지국밥 : 수요미식회에 나온 곳.
(3) 최고 돼지국밥 : 광안리에 있는 수변최고돼지국밥.
나는 다음에 여기 한번 네가 데려가 봐라라고 했지만 여전히 돼지국밥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아 먹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내 친구는 일단 부산사람들에게 돼지국밥은 무슨 고급 음식이 아니라 김밥천국 가서 김밥먹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금은 가격이 좀 올랐지만 예전에 3~4천원에 배따뜻 + 배부르게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에 부담없이 좋아하는 것이며 이 음식에 대해서 애초에 큰 기대가 없는게 특징이라고 했다. 즉, 원래 그런 컨셉의 음식인데 여기다 대고 갑자기 김밥천국 가서 12,000원 짜리 고급 라면 찾는 격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어떤 돼지국밥집은 항정살을 넣고 좋은 고기를 쓰면서 가격도 만원이 넘어가고 정말 맛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거면 왜 돼지국밥 먹는 건지 싶어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사하구의 한 돼지국밥집은 가운데에 아예 밥솥은 놔둬서 사람들이 알아서 밥을 양껏 퍼가게 해두었는데 그런 싼 값이 배채울 수 있는 따뜻한 가성비 갑의 음식이 돼지국밥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고 얘기해줬다. 또한 이 음식에 대해 돼지 비린내가 좀 나는 것을 좋아하는 부류가 있고 안나는 것을 좋아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에 음식점 마다 그 차이도 존재하니 참고하라고 첨언해주었다. 이 얘기를 들으니 나는 돼지국밥이 왜 그런지에 대해 좀 이해하게 되었다. 더군나다 각종 부속 고기가 들어간 순대국밥이나 아예 사골국물인 설렁탕, 그리고 얼큰한 뼈해장국 등이 각자의 맛과 개성이 있는데 내가 이러한 맛을 돼지국밥에서 찾고 있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었다. 돼지국밥 먹으러 왔으면 돼지국밥을 먹어야지 다른 걸 찾지 말아야 했다. 나름의 개성을 인정해야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내 친구가 언급한 다른 돼지국밥 맛집들도 한 번 더 가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만약 거기도 비슷한 맛이라면 나랑은 안맞는 것이라고 그냥 인정하고 안먹으면 될 뿐이었다. 돼지국밥아 미안하다.
내 친구는 다음번에는 밀면에 대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부산 밀면 또한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굳이 냉면 놔두고 밀면 먹어야 되는 게 내 심정이다. 내 질문에 대답은 못들엇지만 친구는 어디 밀면집을 가면 일단 밀면 먹고 2천원 정도 내면 면을 추가 할 수 있는데 그걸로 비빔밀면도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이러한 권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집은 장점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데 자기가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참고로 여기가 어딘지느 모르겠지만 진짜 밀면 맛집이라 일반적으로 파는 만두도 안팔고 오직 밀면만 판다고 했다. 나는 그냥 만두도 같이 팔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아무튼 다음에 부산 풀코스로 데려가 달라고 했다.
끝.